보쉬-분스트라-샤프 시신경위축 증후군(Bosch-Boonstra-Schaaf optic atrophy syndrome, BBSOAS)은 시신경위축 및 시신경형성부전, 피질시각장애(cortical visual impairment)와 함께 지적장애 및 발달지연을 보이는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으로, 유병률은 1:100,000에서 1:250,000 정도로 알려져 있다. 명확한 기전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5번 염색체 장완(5q15)에 위치하여 시신경을 비롯한 중추신경 발생 과정에 관여하는
NR2F1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병 원인으로 보고되었다.
1-4 시신경위축, 시력장애, 눈떨림 외에도 발달 지연, 지적장애 등 다양한 임상 증상이 동반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아직 국내에는 보고된 바가 없다.
증례보고
4세 환아가 1년 전 시작된 우안 내편위 및 눈떨림을 주소로 의뢰되었다. 환아는 재태연령 37주, 체중 3.2 kg으로 제왕절개술을 통하여 출생하였고, 출생 당시 및 이후 감염, 외상 등의 병력은 없었으며 2년 정도의 언어 지연이 있어타 병원에서 3세부터 언어 치료 중이었고, 가족력은 없었다. 초진 시 최대교정시력은 우안 0.15, 좌안 0.1로 측정되었고, 현성잠복안진이 관찰되었으며, 프리즘교대가림검사에서 근거리 및 원거리 모두 16 prism diopters (PD)의 내편위를 보였다. 안저검사에서 양측 시신경유두가 창백하였고(
Fig. 1), 빛간섭단층촬영에서 망막중심오목형성저하 및 시신경섬유층(retinal nerve fiber layer, RNFL), 신경절세포층-속얼기층(ganglion cell-inner plexiform layer, GC-IPL) 두께감소 소견이 관찰되었다(
Fig. 2). 섬광 시유발전위검사(flash visual evoked potential, flash VEP)에서 P100 지연을 보였으나, 망막전위도 검사(electroretinography, ERG)에서는 특이 소견이 관찰되지 않았다. 발달 및 중추신경계 평가를 위해 소아과로 의뢰되었고, 뇌자기공명영상(brain magnetic resonance imaging, brain MRI)에서는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한국형 영유아발달검사에서 미세근육 77퍼센트, 언어 84퍼센트의 발달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지능검사 결과 전체 지능지수(full-scale intelligence quotient, FSIQ)는 61로 경도 지적장애에 속하는 수준이었고, 시각-운동통합 검사(Beery-Buktenica Developmental Test of Visual-Motor Integration Sixth edition, VMI-6)에서 시각-운동 통합 능력 4세 6개월 수준으로 평가되었으며, K-Vineland-II 검사에서 사회적 적응능력(social quotient, SQ)은 “낮음”에 속하는 70으로 평가되었다.
유전적 확진을 위해 전장 엑솜 분석(exome sequencing)을 시행하였고, NR2F1 유전자 염기서열 중 208번째부터 211번째까지의 염기가 결실된 c.208_211del:p.(Lys70Alafs*48)이 확인되어 보쉬-분스트라-샤프 시신경위축 증후군으로 진단하였다.
고 찰
보쉬-분스트라-샤프 시신경위축 증후군은 2014년 Bosch et al
1이
NR2F1 변이로 인한 시신경위축, 발달지연, 지적장애를 보이는 6명의 환자들을 보고한 이후로 현재까지 전세계적으로 100여명의 환자가 보고되었으며, 저긴장증(hypotonia), 영아연축을 포함한 경련, 자폐스펙트럼 장애, 구강 운동장애(oromotor dysfunction), corpus callosum의 thinning, 청력이상 등 다양한 임상 양상들이 추가로 보고되고 있다.
2-4
NR2F1는 보존된 고아 핵 수용체(orphan nuclear receptor)로, 강력한 전사 조절자(transcriptional regulator)로 작용하며, 주로 시신경, 시상, pallidum에서 발현된다.
5 NR2F1은 2개의 zinc-finger protein으로 구성된 DNA-binding domain (DBD)과 ligand-binding domain (LBD)을 포함하며, 신경계 발달, 희소돌기세포의 분화, 시상 피질 축삭의 재생 및 시신경 발달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5,6 쥐의
Nr2f1와 인간의
NR2F1 유전자에서 발현된 아미노산 서열이 99% 이상의 유사성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져,
Nr2f1 녹아웃(knock-out) 쥐를 이용해 유전자의 생리적 기능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발달 과정의 쥐와 사람의 망막 및 시신경을 구성하는 신경절세포를 비롯한 다양한 세포에서
Nr2f1,
NR2F1가 유사하게 발현되고,
Nr2f1 녹아웃 쥐에서 시신경유두 기형 및 시신경 위축이 발생함을 보고하였다.
7,8
NR2F1 유전자의 돌연변이는 과오 돌연변이(missense mutation), 결실(deletion)을 비롯해 여러 종류가 존재하고, 염기서열 내 유전적 변이 위치도 DBD, LBD 등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
2,3,8,9 Jurkute et al
8은 가계도 분석을 통해 19명의 환자 중 5명에서 가족력이 있음을 보고하기도 하였으나, 70% 이상에서 de novo mutation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3,9 본 증례에서는 환아의 돌연변이가 de novo variant 인지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가족 중 시력저하, 발달지연 등의 증상을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
유전 시신경병증 중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우성시신경 위축(dominant optic atrophy, DOA)과 레버유전시신경병증(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 LHON)은 각각
OPA1 유전자와 미토콘드리아 DNA (mtDNA)의 돌연변이로 인한 망막신경절세포의 변화로, 시신경이 위축되고 시력저하가 발생하는 질환들이다. DOA는 20세 이전 젊은 연령에서 서서히 진행하는 양안의 무통성 중심시력저하가 전형적인 임상 양상이며, LHON은 15-30세경 젊은 남자에서 주로 단안에서 시작되어 양안으로 진행하는 중심 시력저하 및 시야 결손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10,11 이와 달리 보쉬-분스트라-샤프 시신경위축 증후군은 시력장애와 더불어 발달지연 및 지적장애, 근력저하, 경련 등 다양한 임상 증상이 동반되고,
9 시력저하는 대부분 비진행성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Jurkute et al
8은 20명의 환자의 최대교정시력이 평균 0.64 logarithm of the minimal angle of resolution (logMAR)이었으며, 12명의 환자를 9년 이상 추적 관찰하였을 때, 1명을 제외하고는 시력저하가 진행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본 증례의 환아는 발달지연, 지적장애, 언어지연을 동반하고 있었고, 4년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시력의 변화는 보이지 않아, 다른 유전성 시신경병증과 구분되는 임상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아에서 시신경위축은 시력 및 색각의 저하로 인해, 안구진탕을 유발할 수 있다.
12 유전 질환 외에도 피질시각장애(cortical visual impairment)의 일부로 시신경위축이 발생할 수 있는데,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hypoxic ischemic encephalopathy)과 뇌실주위 백질연화증(periventricular leukomalacia) 등 뇌의 손상이 피질시각장애의 주된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때 안구진탕이 동반될 수 있다.
13 이외에도 주산기 감염, 약제독성, 저혈당, 두부외상 등에 의해서도 시신경위축이 생길 수 있으며,
14 시신경위축과 안구진탕이 동반된 경우 종양 등의 시신경압박병변이나, 뇌수두증 등 뇌압상승의 원인 질환에 대한 감별을 위해 뇌영상을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12 본 증례의 환아의 경우 특별한 주산기 문제가 확인되지 않았고 이후 감염, 외상, 약물 사용 등의 병력이 없었으며, 뇌MRI에서도 이상 소견이 없었으므로, 후천성 시신경위축은 배제할 수 있었다.
Bertacchi et al
9은 보쉬-분스트라-샤프 시신경위축 증후군 환자 92명을 분석하여 주된 임상적인 특징을 7가지(비정상 뇌자기공명영상, 발달지연, 지적장애, 시기능 이상, 간질, 자폐스펙트럼장애, 저긴장)로 구분한 뒤 해당하는 항목당 1점의 점수를 부여해 severity score를 매겼고, DBD에서의 돌연변이가 가장 높은 점수(평균 5.62점)를 받아 임상 증상이 가장 심한 것을 확인하였다. 본 증례에서의 c.208_211del:p. (Lys70Alafs*48)은 DBD를 포함하지 않는 위치에서 발생한 틀이동(frameshift) 돌연변이를 보였고, 발달지연, 지적장애, 시기능 이상을 포함하여, severity score 3점에 해당한다. 이는 이전 연구에서의 틀이동 돌연변이의 평균 점수 5.29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전체 평균 점수 4.94보다도 낮은 점수로 기존의 보고와 차이를 보였다.
9 틀이동 돌연변이 중 mRNA의 5’ 말단에 인접한 위치에서 조기종결코돈(premature termination codon)이 형성된 early truncation의 경우 넌센스 매개 mRNA 분해(nonsense-mediated mRNA decay, NMD) 기전에 의해 비정상 mRNA가 제거되고 기형 단백질의 합성이 억제되어 상대적으로 증상이 경할 수 있다.
9 그러나 지금까지 보고된 틀이동 돌연변이로 확인된 환자의 수가 적어 유전형-표현형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9,15 또한 이전 연구에서 보고된 틀이동 돌연변이 환자의 평균 나이가 10세가 넘고,
9 임상 양상의 이질성(heterogeneity)을 보이는 질환의 특성상 향후 본 증례의 환아에서도 추가적인 증상이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장기적인 경과 관찰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보쉬-분스트라-샤프 시신경위축 증후군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적이라 할 수 있는 증상(pathognomonic features)이 없고, 우성시신경위축 plus syndrome, 레버유전시신경병증 plus syndrome과 같은 다른 유전 시신경병증에서도 시신경 위축과 함께 지적장애 등의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기 때문에,
10,11 임상 양상만으로는 진단을 도출하기 어려우므로, 확진을 위해서는 유전자검사가 필수적이다.
시력저하와 눈떨림으로 내원한 소아에서 시신경위축을 보이는 경우, 출생 당시 병력, 감염, 약제 사용, 외상 여부에 대한 자세한 병력 청취가 필수적이고, 종양, 뇌수두증 등 시신경을 압박할 수 있는 병변에 대한 감별이 필요하며, 유전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보쉬-분스트라-샤프 시신경위축 증후군을 감별하여, 발달지연, 언어지연 등 동반되는 질환에 대한 조기 진단 및 치료가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