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Vogt-Koyanagi-Harada)병은 양측성 육아종성 전체포도막염으로 초기에는 주로 후극부를 침범하며 전안부로 진행한다.1 정확한 발생 기전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T세포 매개에 의한 자가면역 반응이 발병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 조직병리학적으로 포도막 조직의 림프구 침윤을 보이며, 급성기 안구증상으로 다발성의 장액성 망막박리, 맥락막 부종, 시신경유두충혈 등이 있다.2 주로 유색인종에서 흔히 보고되며 전신적으로는 뇌수막염 징후, 이명, 피부백반, 백모증 같은 증상이 동반된다.2 또한 포도막염으로 인한 안압상승이 동반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기전으로는 섬유주염, 동공차단, 주변부 홍채 유착, 스테로이드 사용, 포도막 삼출에 의한 것들이 있다.3 한 연구에서는 폐쇄각 질환을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에서의 이차성 녹내장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였다.4 하지만 안압상승 없이 홍채-수정체 가로막의 전방 편위만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고 국내에서 보고된 바가 없기에 본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의무기록을 통한 후향적 연구로 단일기관에서 헬싱키선언에 입각하여 시행되었고,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의 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 승인을 획득하였다(2023-11-113).
증례보고
35세 여자가 내원 2일 전부터 발생한 우안의 시력저하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9년 전부터 양안의 상측분절시신경형성 부전(superior segmental optic nerve hypoplasia)으로 본원에서 안압하강제 점안 없이 매년 안압, 안저검사, 빛간섭단층촬영을 시행 받았다. 경과관찰 기간 중 시신경 및 망막신경섬유층의 구조적, 시야의 기능적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다. 2년 전 임신성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진단받고 치료받은적이 있으나 내원 당시 치료받는 질환이나 복용하는 약물은 없었다. 증상 발생 이전 측정한 교정시력(Snellen)은 양안 1.0, 구면렌즈대응치는 -8.0 D, -9.0 D였고, 안구생체계측기(IOL Master; Carl Zeiss Meditec, Dublin, CA, USA)로 측정한 안축장은 우안 27.96 mm, 좌안 27.94 mm였다.
증상 발생 당시 교정시력은 우안 0.6, 좌안 1.0, 구면렌즈 대응치는 우안-17.25 D, 좌안-9.75 D로우안의 교정시력저하와 동반된 근시성 변화가 관찰되었고 안축장은 우안 27.69 mm, 좌안 27.88 mm였다. 골드만압평안압계로 측정한 안압은 우안 14 mmHg, 좌안 16 mmHg로 정상이었다. 세극등현미경검사에서 염증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으나, 우안의 중심 전방깊이는 각막두께의 3배, 주변 전방깊이는 각막두께의 1/2배, 좌안의 중심전방깊이는 각막두께의 6배, 주변 전방깊이는 각막두께의 1배로 우안이 좌안과 비교하여 감소해 있었다. 3차원 전안부촬영검사(Pentacam®; OCULUS Inc., Wetzlar, Germany)에서 우안의 홍채-수정체 가로막의 전방 편위가 관찰되었으며, 전방 깊이는 우안 2.16 mm, 좌안 3.12 mm였다(Fig. 1A, B). 세극등 검사에서 특이소견을 보이지 않았고 안압 정상 소견으로 경과관찰하기로 하였으나, 내원 2일 후 좌안이 뿌옇게 안보이는 증상으로 재내원하였다. 세극등 현미경 검사에서 우안의 전방내 염증세포가 관찰되었으나 좌안에는 전방내 염증세포가 관찰되지 않았다. 양안 안압은 21 mmHg였으며 구면렌즈대응치는 우안 -17.25 D, 좌안 -15.5 D였다. 세극등현미경검사에서 좌안의 중심 전방깊이는 각막두께의 4배, 주변 전방깊이는 각막두께의 1/2배로 감소되었다. 3차원전안부촬영검사에서 전방 깊이는 우안 2.24 mm, 좌안 2.66 mm였으며, 양안 홍채-수정체 가로막의 전방 편위가 관찰되었다(Fig. 1C, D). 안저검사에서 우안의 탈색소성 병변과 함께 시신경유두부 주변으로 장액성 망막박리가 관찰되었으며, 광각형광안저촬영 조영술에서는 우안의 시신경유두주변부 상이측 혈관궁의 후기 누출이 관찰되었다(Fig. 2). 빛간섭단층촬영검사에서 황반하 맥락막 두께는 우안 439 μm, 좌안410 μm (Fig. 3C, D)로 8개월 전 검사(Fig. 3A, B)에 비해 비후된 모습을 보였다. 혈액을 통한 자가항체검사 및 면역혈청검사를 시행하였으나 특이소견을 보이지 않았다. 환자의 임상 증상들이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의 개정 진단기준 추정형(probable)을 만족하여,5 진단과 함께 양안에 세 시간마다 1% prednisolone acetate (Prednilone®; Daewoo Pharm. Co., Ltd., Seoul, Korea) 점안, 몸무게 1 kg당 1 mg의 경구 methylprednisolone (Menisolon®; Aprogen Inc., Seongnam, Korea) 복용을 시작하였다. 치료 시작 일주일 후 안저검사에서 망막하액 감소 소견과 함께 전방이 정상화되었다. 교정시력 우안 0.8, 좌안 0.7, 안압 우안 20 mmHg, 좌안 19 mmHg였으며 구면렌즈대응치는 우안 -10.25 D, 좌안 -10.25 D였다. 임상증상이 호전되어 경구 methylprednisolone을 일주일마다 5 mg씩 감량하였다. 치료 시작 3주째에 시행한 교정시력은 우안 0.9, 좌안 0.7, 안압은 우안 14 mmHg, 좌안 19 mmHg였으며 구면렌즈대응치는 우안 -10.25 D, 좌안 -9.75 D였다. 세극등 현미경 검사상 양안의 중심 전방깊이는 각막두께의 6배, 주변 전방깊이는 각막두께의 1배로 회복되었다. 3차원 전안부 촬영검사에서 전방 깊이는 양안 3.12 mm로 홍채-수정체 가로막의 전방 편위가 회복되었으며(Fig. 1E, F), 빛간섭단층촬영을 통해 측정한 황반하 맥락막 두께도 우안 258 μm, 좌안 251 μm로 증상 발생 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Fig. 3E, F). 1% prednisolone acetate 점안을 시작하고 한 달 뒤 양안의 시력저하를 호소하였고 교정시력은 우안 0.9, 좌안 0.7, 안압 우안 42 mmHg, 좌안 42 mmHg였으며, 구면렌즈대응치는 우안 -10.50 D, 좌안 -10.00 D였다. 안저검사상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의 재발이 관찰되지 않아 스테로이드 유발 녹내장 진단 하에 1% prednisolone acetate 점안을 중단하고 dorzolamide와 timolol 복합제(Cosopt®; Merck and Co., Inc., Whitehouse Station, NJ, USA)와 brimonidine 단일제(Alphagan®; Allergan, High Wycombe, UK)를 점안하였다. 경구 methylprednisolone은 계획보다 빨리 감량하고자 하였다. 치료 시작 2달째 경구 methylprednisolone을 완전히 중단하였고 안압하강제 점안 후 양안 안압 18 mmHg로 정상화되었으며, 세극등현미경 검사 및 안저검사에서 재발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후 안압하강제 점안을 중단하였고 치료 시작 5개월째에 시행한 경과관찰에서 안압하강제 없이 양안 안압이 20 mmHg로 측정되었으며, 세극등 현미경 상에서 중심부 전방 깊이는 유지되었으며 녹내장 소견과 전안부 염증 또는 장액망막박리의 재발은 보이지 않았다.
고 찰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의 발생기전은 명확하지 않으나, 멜라닌 세포에 대한 T세포 매개 면역반응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 여러 연구에 의해 말초혈액 단핵구가 TYR, YYR1, TYR2과 같은 멜라닌 합성에 관여하는 thyroxinase family에서 파생된 펩타이드를 인식하는 것이 밝혀졌다.6 활성화된 T-cell은 사이토카인과 인터루킨 17, 23을 발생시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7 이러한 멜라닌 세포에 대한 자가면역 관련 염증은 맥락막 실질에서 유발되며, 급성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의 초기에는 양측성으로 주로 장액성 망막박리, 시신경유두부종, 경증 내지 중증도의 유리체염을 동반하는 후극부 증상으로 시작되어, 전안부까지 염증이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이다.8 주변부 섬모체에 염증이 생긴 경우 섬모체의 부종과 맥락막 위 액체저류에 의해 섬모체돌기의 전위를 야기하여 홍채-수정체 가로막의 전방편위로 얕은 전방을 형성하고, 동공 차단과 전방각의 완전폐쇄를 유발할 수 있다.9
본 증례는 발병 초기에 내원하여 다른 질환과의 감별진단이 중요한데, 대표적으로 비슷한 임상양상을 보일 수 있는 질환으로 포도막삼출증후군(uveal effusion syndrome)이 있다. 포도막삼출증후군은 경공막유출저항(transscleral outflow resistance)의 증가로 인한 발생이 추정되는 질환이며, 이 환자와 비슷하게 삼출성 망막박리 및 홍채-수정체 가로막 전방편위가 발생할 수 있다.10 다만 포도막삼출증후군은 대부분 소안구증(nanophthalmos)에서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소안구증이 아닌 경우에도 공막이상을 동반할 수 있는 교원질 질환을 가진 정상안축장 환자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스테로이드 치료에 반응이 적으며 전층공막절개술(full-thickness sclerectomy)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요하는 경우가 많다.10 따라서 발병 전부터 고도근시안이었으며 양안 안축장이 28 mm 정도였던 점, 경구 스테로이드 치료에 반응이 좋았던 점을 고려하였을 때 포도막삼출증후군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비교하여 홍채-수정체 가로막의 전방 편위가 선행된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의 경우 대부분 안압 상승을 동반하며 안압 하강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특징을 보이는데, 본 증례와 같이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이용한 치료 이후 회복되었음이 보고되었다.11-13 본 증례에서는 안압 상승이 없었기에 별도의 안압하강제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을 통하여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의 호전과 함께 홍채-수정체 가로막의 전방 편위가 회복되었으며, 치료 종료 한 달 뒤에도 재발없이 유지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보아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으로 인한 홍채-수정체 가로막의 전방 편위가 발생하였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보고트-고야나기-하라다병에서 녹내장은 섬유주염, 동공 차단, 주변부 홍채 유착, 스테로이드 사용 등의 이유로 22-24% 정도에서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3,4 하지만 대부분 이차적인 이유에 의한 만성 재발성 보고트-고야나기하라다병에서 발생하여,4 첫 진단부터 폐쇄각녹내장의 형태로 보고되는 경우는 드물다. Yao et al12은 보고에서 양안의 급성폐쇄각녹내장 형태로 나타난 4건을 보고하였으며, Yang et al11은 486명의 보고트-고야나기-하라다병 환자를 조사하였을 때, 단 8명만이 안압상승, 얕은 전방, 좁은 전방각을 선행하여 보였다고 보고하였다. 국내에서는 급성폐쇄 각녹내장 형태로 안압상승을 동반한 한 건이 Choi et al13에 의해 보고된 바가 있다.
보고트-고야나기-하라다병과 같이 비특이적인 원인으로 급성 페쇄각 녹내장이 발생하는 경우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Yang et al3에 의하면 병원 방문 이후 급성폐쇄각녹내장이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에 의한 것임이 발견되는데 평균 37일이 소요되었으며,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 이후 15.9일만에 안압이 정상화가 되었다. 많은 연구들에서 조기에 적절한 면역억제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은 최종시력과 연관이 있음을 보고하였으며, Chee et al14에 의하면 염증의 지속과 재발, 백내장의 발생과 맥락막 변성 등 안과적인 합병증 발생에도 유의미한 영향이 있었다. 일차성 급성폐쇄각 녹내장의 경우 고령의 여성에게서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에 비해, 여러 연구에서 급성폐쇄각녹내장으로 선행하여 발생한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의 경우 30-50대 사이의 젊은 나이의 여성에게 호발하며 낮은 안압 상승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심한 시력저하를 호소하는 특징을 보였다.4 본 증례는 안압상승 없이 홍채-수정체 가로막의 전방 편위로 인한 근시로 인해 시력저하를 보였던 경우로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의 임상증상에 선행하여 발생하였고 전방 구조물의 변화를 3차원 전안부촬영기를 이용하여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었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서 약물 복용과 관계 없이, 양안 안압상승과 전방에 염증 소견 없이 전방이 좁아지고 근시가 진행하는 경우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로 인한 홍채-수정체 가로막의 전방 편위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본 증례는 처음 발병 당시 전방에 염증소견이나 안압상승 없이 홍채-수정체 가로막의 전방 편위로 인한 근시가 선행하여 발생했던 비전형적인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으로 국내에 보고된 바가 없어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