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후 원거리 시력뿐만 아니라, 중간거리 또는 근거리 시력 개선을 위해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선호되고 있다. The Wichterle Intraocular Lens-Continuous Focus (WIOL-CF®; Gelmed International, Kamenne Zehrovice, Czech Republic)는 일반적인 인공수정체가 가지는 지지부가 없는 전체 광학부(full-optics) 형태의 Hydrogel (Wi-Gel)재질로 구성된 최대 직경 9.0 mm의 조절성 인공수정체이다. 수정체낭과의 접촉 부분을 최대로 하여 근거리 주시 시 나타나는 모양체의 수축과 형태 변화 및 유리체 압력 변화에 따라 인공수정체의 형태와 위치 변화를 유도해 굴절률을 변화시키는 것이 특징이다(Fig. 1).1
WIOL‑CF®는 지지대가 없는 구조적 특성으로 인하여, 후낭절개술 등으로 후낭이 손상될 경우, 광학부의 안정성이 부족하고 인공수정체의 무게로 인하여 탈구의 위험성이 커진다. WIOL‑CF® 삽입 이후 유리체절제술을 시행 받은 환자에서 엔디야그 레이저 시술을 시행한 이후 인공수정체-수정체낭 전체 탈구가 발생한 예가 보고되었으나,2,3 수정체낭은 보존된 채로 인공수정체 단독 탈구가 보고된 예는 없다. 이에 저자들은 후낭절개술을 동반한 유리체절제술을 시행 받은 환자에서 외상 후 수정체낭 없이 인공수정체 탈구가 발생한 예를 경험하여 보고하며, 수술 시 유의 사항도 함께 기술하고자 한다.
증례보고
54세 남자 환자가 좌안 외상 후 발생한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과거력으로 10년 전 좌안 초음파 인공수정체 유화흡입술 및 후방 WIOL‑CF® 삽입술 시행 후, 좌안 망막열공으로 인한 유리체출혈로 좌안 유리체전절제술을 시행 받았으며, 이때 후낭 혼탁을 함께 제거하였다. 내원 당시 Snellen 시력표로 나안시력 측정 시, 우안 20/25, 좌안 4/20이었고, 안압은 골드만 압평안압계로 측정 시 양안 20 mmHg로 측정되었다. IOL Master 700 (Carl Zeiss Meditec, Jena, Germany)으로 측정한 안축장 길이는 우안 27.49 mm, 좌안 27.66 mm였다. 이학적 검사에서 특이 사항은 없었으며, 세극등현미경 검사에서 좌안의 후낭 파열 및 무수정체소견이 관찰되었다(Fig. 2A). 이때, 전낭의 연속곡선수정체낭원형절개(continuous curvilinear capsulorhexis) 경계는 보존되어 있었다(Fig. 2B). 안저 검사에서 좌안 인공수정체 탈구 소견 및 망막 레이저 반흔이 관찰되었다(Fig. 2C, D).
점안 마취 시행 후 리도카인을 이용해 테논낭하 마취를 더하였다. 12시 방향 각막윤부에 6 mm 절개를 하여 각막절개창을 만들어 점탄 물질을 주입하였으며, Constellation (Alcon Laboratories, Fort Worth, TX, USA) 기계를 사용하여 25게이지 3개 삽입관을 평면부에 삽입 후 전체 유리체절제술을 시행하였다. 탈구된 인공수정체를 배출바늘(extrusion needle) 및 안내집게(intraocular forceps)로 잡아 전방으로 가져온 후 상측 각막절개창을 통해 제거를 시도하였으나 인공수정체의 재질로 인해 안내집게로 잡히지 않고 찢어지면서 실패하였다. 과불화탄소액(perfluorocarbon liquid)을 주입하여 안내집게로 조작하기 용이한 거리를 만든 후 전방에 근접하게 하여 인공수정체 제거를 시도하였으나, 안내집게로 잡은 부분이 조각나면서 다시 망막 후극부로 이탈되었다(Fig. 3). 안내집게로 인공수정체를 조심스럽게 잡아 전방으로 가져온 후 집게를 이용하여 각막절개창으로 꺼내어 성공적으로 제거하였다. 과불화탄소액을 제거하며, 수술 중 발생한 조각들을 찾아 안내집게로 제거하였다. 공막누르기를 하여 주변부 망막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후 이차 인공수정체로 접이식 아크릴 3피스 인공수정체 모델인 SENSAR® (AR40e; AMO Inc., Santa Ana, CA, USA)를 모양체고랑에 삽입하고 optic capture하여 수술을 마무리하였다.
수술 1달 이후 좌안 최대교정시력은 0.9 × (-2.00 diopter Cyl Ax130)이었고, 안저 검사에서 특이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인공수정체의 특별한 합병증은 발생하지 않았다.
고 찰
백내장 수술 시 삽입하는 인공수정체는 인체의 수정체와 달리 탄력성이 없어서, 백내장 수술 후 조절력의 상실로 인하여 발생하는 근거리 및 중간거리 시력 저하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재질과 디자인의 인공수정체가 개발되고 있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만족할만한 근거리 시력을 얻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빛의 분산으로 인해 수술 초기의 시력저하, 대비감도 감소, 눈부심 및 달무리 현상 발생 등의 문제점도 함께 보고되고 있다.4,5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조절성 인공수정체는 근거리 주시 시 나타나는 모양체의 수축 및 형태 변화에 의한 유리체 압력의 상승으로 인공수정체의 굴절 값을 증가시키도록 고안되었다. 조절성 인공수정체는 다초점 인공수정체와 유사한 수준의 원거리, 중간거리 및 근거리 시력 개선을 보이며,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 시 발생하는 합병증의 발생률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보고되고 있다.6
WIOL-CF®는 재질적 특성상 수분을 42%까지 함유할 수 있고, 카복실레이트(carboxylate) 함량이 높으며 음성 전하를 띠기 때문에 수정체후낭 혼탁의 주된 원인인 단백질 침착과 세포 부착을 막아 후낭혼탁 및 주변 조직과의 유착 발생을 저지한다. 그러나, 수정체낭과 인공수정체의 유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조절성 인공수정체의 경우 인공수정체의 수정체낭 내 위치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지지부가 없는 구조로 인하여 인공수정체의 불안정성이 증가하여 탈구 발생의 가능성을 높인다. 이에 더해 수정체후낭이 손상되면 그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7,8 또한, 구조적인 특성상 사람의 수정체 모양을 표방하여 지지부가 없고, 직경이 크며, 수정체낭과의 접촉 부위를 최대화하기 위해 뒷면이 볼록하며 시상 깊이가 깊은 전광학부 형태이다. 특히, 후낭절개술 등으로 후낭을 제거하는 경우, 인공수정체 뒷면의 볼록한 구조가 후낭의 파열을 확대시킬 것으로 생각한다.
망막에 떨어진 인공수정체가 뒤집혀 있으면, 즉 수정체의 볼록한 뒷판이 위를 향하게 위치해 있는 경우, 안내집게로 잡을 수정체낭 및 모서리가 없어 접근이 용이하지 않고, 과불화탄소액을 이용해도 인공수정체가 위로 뜨지 않으므로 볼록한 뒷판이 반드시 아래를 향하게 돌려야 한다. 배출 및 흡인을 통해 인공수정체를 들어 올리기에는 인공수정체의 무게로 인해 다시 망막으로 떨어지기 쉽기 때문에 반복 시도를 하게 될 수 있다. 또한, 본 증례의 환자처럼 안축장 길이가 긴 환자의 경우, 배출바늘로 수정체낭이 없는 WIOL-CF®를 들어 올려도 잡을 부분이 없어 놓치기 쉽기 때문에 과불화탄소액을 적극 활용하여 망막 집게 등으로 조작이 가능한 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과불화탄소액을 주입하는 경우 인공수정체의 볼록한 뒷면이 위로 올라와 있다면 과불화탄소액이 인공수정체를 띄우지 못하고 그 위로 위치하게 되기 때문에 과불화탄소액 주입 전 인공수정체의 뒷면이 위를 향하고 있는 경우 인공수정체를 돌려서 앞면이 위를 향하게 위치시켜야 한다. 이에 더해, 직경이 크기 때문에 인공수정체를 전방까지 잡아 올려도 각막절개창을 충분히 넓게 열지 않으면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어렵다. 마지막으로, 수술 중 망막 집게로 잡은 부위가 쉽게 조각나기 때문에 너무 세게 잡지 않도록 하며 각막절개창을 충분히 넓게 열어 한번에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인공수정체를 부스러뜨리지 않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수정체낭이 없는 WIOL-CF® 탈구 시 인공수정체의 구조적인 취약성 및 파편화되기 쉬운 특성을 고려하여 수술 계획을 수립하여야 당황하지 않고 잘 제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