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로핀은
Atropa belladonna 또는
Datura stramonium에서 추출된 천연 알칼로이드로, 무스카린성(muscarinic)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경쟁적 길항제로 작용하여 항콜린성(anticholinergic) 효과를 갖는다. 전통적으로 안과적 영역에서 산동을 위하여 사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조절 마비, 약시 환자에서의 처벌 치료, 포도막염, 악성 녹내장의 치료, 백내장 수술 후 포도막염의 예방 등 다양하게 활용되어 왔다. 또한 아트로핀이 가지는 항콜린성 효과로 인해 기관지 수축, 서맥, 미주신경성 쇼크의 예방 효과와 분비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기관지 내시경 검사의 전처치나 수술 환자의 전신 마취 시에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1 이러한 아트로핀의 사용의 부작용으로 흔하게, 구강 건조, 흐린 시야, 요저류(urinary retention), 변비 등이 있을 수 있으며, 드물게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central anticholinergic syndrome)이 발생할 수 있다.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은 1966년 Longo에 의해 처음 기술되었으며,
2 아트로핀뿐만 아니라 scopolamine, hyoscine, antihistamines, tricyclic antidepressants, benzodiazepine, opiates, ketamine 등 다양한 약물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3 하지만 아트로핀 안약에 의한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 발생에 대한 보고는 매우 드물며, 국내에서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다. 이에 저자들은 수술 전 산동을 위한 목적으로 아트로핀 안약을 점안한 이후에 발생한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 증례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보고
60세 남자가 좌안의 시력 저하를 주소로 방문하였다. 그는 40년 전 양안의 백내장에 대해서 수술적 치료를 받았으며, 백내장 수술 후 각막 기능 저하로 인해 우안 시력이 회복되지 않아, 좌안 단안시로 생활해 온 과거력이 있었다. 본원 초기 내원 시, 나안 시력은 우안 안전수동, 좌안 0.06이었고, 우안은 교정이 불가하였으며, 좌안 최대교정시력은 0.8로 측정되었다. 세극등현미경 검사상, 우안은 전반적인 각막 혼탁이 관찰되었고, 좌안은 상측 결막의 반흔성 변화와 더불어 홍채 조직의 손상이 관찰되었고 전방으로 탈출된 유리체 조직이 관찰되었다. 안저 검사상 좌안에서 유리체강 하부에 인공수정체가 관찰되었으며, 빛간섭단층촬영상 특이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종합하였을 때, 과거 백내장 수술 당시 상측 결막 및 홍채의 손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였고, 삽입하였던 인공수정체의 이탈로 인해 시력 저하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어 유리체절제술, 인공수정체 제거술 및 2차 인공수정체 공막고정술을 계획하였다.
이에 7일 뒤 환자는 수술을 위하여 입원하였고, 수술 2시간 전부터 산동을 위하여 0.5% phenylephrine chloride, 0.5% tropicamide (Tropherine®; Hanmi Pharm, Seoul, Korea), 1% atropine sulfate (Isopto atropine®; Alcon, Fort Worth, TX, USA)를 15분 간격으로 점안하도록 교육하였다. 수술 1시간 전, 환자는 본인의 이름만 대답할 정도로 지남력이 상실되었고 의식 수준이 졸림(drowsy)으로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과거병력상 환자는 고혈압 외 전신적, 정신과적 과거력이 없었으며, 신체 검진상 신경과적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경련 등의 양상은 보이지 않았으나, 환자는 자꾸 침대 밖으로 벗어나려는 행동을 보였다. 활력 징후는 혈압 173/101 mmHg, 맥박 74회/분, 호흡 20회/분이었고, 체온은 36.6°C, 산소 포화도는 95%였으며, 시행한 혈액 검사상 전해질 이상이나 염증성 질환을 시사할만한 소견은 보이지 않았다. 뇌출혈 등의 급성 뇌병변을 감별하기 위하여 뇌 전산화 단층촬영을 시행하였으며, 특이소견 확인되지 않았다. 보호자 진술상 수술 전 금식 상태로 특별히 섭취한 음식이나 약물은 없었고, 산동제만 처방 횟수대로 한 방울씩 점안하였고, 환자가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자주 갔으나 소변을 보지 못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이에 아트로핀의 전신 흡수에 따른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을 의심하였고, 혈압을 조절하기 위하여 nicardipine hydrochloride (Huons Nicardipine Inj®; Huons Co. Ltd., Seongnam, Korea) 1 mg을 정맥 주입하였다. 보호자 진술에 따라 환자에게 요 저류가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하여 도뇨관을 삽입하였고, 750 mL의 소변이 배출되었다.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에 대해서 physostigmine 치료를 고려하였으나 환자의 임상 양상이 점차 안정되어 경과 관찰하였고, 1시간 정도 경과함에 따라 지남력과 의식 수준도 점차 회복하였고, 3시간 경과 후에 완전히 회복되었다. 환자는 약 24시간 더 병원에서 경과 관찰하였고, 더 이상의 증상은 발현되지 않아 퇴원하였다.
7일 뒤 환자는 수술을 위하여 다시 입원하였으며, 수술 전 산동은 0.5% phenylephrine chloride, 0.5% tropicamide (Tropherine®)를 사용하였고, 전신마취 하 유리체절제술과 함께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봉합사를 이용한 인공수정체 공막고정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후 특이 소견은 없었으며. 수술 익일 퇴원하였다.
고 찰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은 중추의 아세틸콜린 수용체가 특정 물질에 의해 차단되거나 불충분한 양의 아세틸콜린이 분비될 때 발생할 수 있다. 아트로핀은 무스카린성 아세틸콜린 수용체의 경쟁적 길항제로 부교감 신경의 절후 신경섬유(postganglionic nerve fiber)의 자극을 차단하며, 서맥, 방실차단(atrioventricular block), 수술 환자의 마취, 다한증, 유기인산염(organophosphate) 중독 치료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이러한 항무스카린성 효과가 지나칠 경우, 섬망, 불안(agitation), 경련, 무한증(anhidrosis), 입마름, 발열, 변비, 빈맥, 요 저류 등의 중독 증상, 즉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아트로핀의 정맥 혹은 근육 주사에 의한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에 대한 보고는 있어 왔으나, 아트로핀 안약에 의한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에 대한 보고는 드물며, 국내에서는 아직 보고된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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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은 다양한 임상 양상으로 인해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환자가 간단한 불안부터 환각을 동반하는 급성 정신증의 양상까지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질환들을 배제함과 동시에 사용한 약물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진단이 이루어질 수 있다. 본 증례에서는 수술 전 입원 상태에서 금식을 유지하고 있었고, 사용한 약물에 대해 충분히 파악되어 있으며, 신속한 혈액 검사,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다양한 내과적 원인과 신경과적 문제를 감별할 수 있었다. 또한 단안시 환자에서 산동제 점안에 따른 시력 저하로 발생한 섬망의 가능성이 고려되었으나 환자가 수술 전부터 인공수정체 이탈로 인해 시력 저하가 있어 산동에 따른 추가적인 시력 저하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되지 않아 이를 배제할 수 있었다. 0.5% phenylephrine chloride, 0.5% tropicamide (Tropherine®) 점안액을 원인 약물로 고려해볼 수 있었으나, 환자가 수술 전 외래에서 산동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수차례 점안한 적이 있고, 당시 아무 문제가 없었던 과거력으로 미루어 볼 때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의 원인 약물에서 배제할 수 있었다.
아트로핀에 의한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의 발생에 대한 역학이나 위험인자에 대한 정보는 매우 부족하며, 특히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는 전무한 상황이다. Wakayama et al
5은 굴절 검사를 위해서 아트로핀을 처방 받은 소아 환자 811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약 8.8% (71명)에서 부작용을 경험하였다고 보고하였으며, 보고된 부작용은 안면 홍조(40.8%), 발열(30.0%), 안면 홍조와 발열(15.5%) 등이었고, 증상은 점안 후 1일 이내에 발생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었다(53.6%). 가장 높은 농도의 아트로핀(1%)에서 부작용 발생 빈도가 가장 높았으나,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의 발생은 보고되지 않았다.
5 항콜린성 증후군을 유발하는 혈중 아트로핀 농도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으며, 과다 투여된 증례뿐 아니라 본 증례와 같이 치료적 농도를 사용하였음에도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이 발생한 보고들이 있다. 또한 임상적 중증도가 투여된 아트로핀의 양과 비례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6 이에 Panchasara et al
1은 특이체질(idiosyncrasy)이라고 하는 각 개인의 변이성에 의해서 낮은 혈중 아트로핀 농도에서도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이 유발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본 증례에서는 정맥 주사나 근육 주사가 아닌 안약 점안에 의해서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이 발생하였으며 점안 후 1시간 이내에 빠르게 증상이 발현하였는데, 이는 아트로핀이 결막이나 비강 내 점막의 혈관에 흡수되어 해면정맥동과 깊은 대뇌정맥을 통해 뇌에 도달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아트로핀이 3차 아민(tertiary amine) 구조를 가지고 있어 혈액뇌장벽을 쉽게 통과할 수 있어 빠른 증상 발현이 가능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7 안약 점안 이외에도 아트로핀이 포함된 혼합 약물을 눈둘레마취에 사용한 후 5분 이내에 부정맥, 빈맥, 의식 저하가 발생한 보고도 있는데,
8 본 증례와 같은 경로를 통해 중추신경계에 빠르게 작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의 치료는 원인이 되는 약물의 중단과 더불어 뇌에서의 아세틸콜린의 농도를 높이는 것으로 이루어지며, physostigmine이나 galantamine hydrobromide와 같은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cholinesterase inhibitor)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10 특히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에서는 physostigmine이 가장 추천되는데, 초기 0.5-1 mg (소아에서는 0.01-0.02 mg/kg) physostigmine을 정맥 주사한다.
3 항콜린성 증상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3-5 ng/mL 정도의 혈중 농도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으며,
11 일반적으로 physostigmine은 혈중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발현시간이 빠르지만(최고 농도 도달 시간 2.3분), 혈중에서 빠르게 대사되기 때문에(제거 반감기 22분), 항콜린성 증상이 다시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재투여가 필요할 수 있다.
12 실제로, Soletchnik et al
4은 아트로핀 점안 후 발생한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 환자에서 초기 physostigmine 정맥 주사 후 증상이 조절되다가 2시간 후 증상이 재발하여 1 mg의 physostigmine을 1회 재투여하여 치료 한 증례를 보고한 바 있다. 또한 아트로핀은 간에서 트로픽산(tropic acid), 트로핀(tropine), 트로픽산의 에스테르(ester), 글루쿠로나이드 결합체(glucuronide conjugate) 등으로 대사되어 소변으로 배설되며, 근육 주사로 주입된 아트로핀의 약 77-94%가 24시간 이내에 배설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3 따라서 항콜린성 증후군 환자에서 약물 중단 후 24시간 정도는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과도한 콜린에스테라제 억제가 일어나면 기관지 연축, 서맥, 경련 등과 같은 심각한 콜린성 독성(cholinergic toxicity)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에서의 physostigmine 사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존재하며,
3,14 본 증례와 같이 심한 섬망이나 경련이 동반되지 않은 경우에는 보존적인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한다.
아트로핀에 의한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급적이면 잦은 점안을 피해야 하며, 비강 내 점막의 혈관을 통한 흡수를 억제하기 위해서 안약 점안 후 내안각 부위를 눌러 코눈물길로의 흐름을 억제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점안 횟수나 방법에 대해 환자 및 보호자에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트로핀 점안 이후 발생하는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 매우 드물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부작용으로, 과도한 용량 뿐 아니라 치료적 용량에서도 특이체질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안과 의사도 중추성 항콜린성 증후군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초기에 빠른 진단과 더불어 신속한 대응을 통해 환자에게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처해야 할 것이며, 추후 아트로핀을 재투여하지 않도록 환자 교육에 신경 써야 할 것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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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Thanacoody RH, Aldridge G, Laing W, et al. National audit of antidote stocking in acute hospitals in the UK. Emerg Med J 2013;30:393-6.
Biography
허정선 / Jung Sun Heo
Department of Ophthalmology, Chung-Ang University Hospital, Chung-Ang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