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망막변성은 적어도 277개의 DNA 혹은 미토콘드리아 연관 유전자의 병적변이로 인해 망막을 구성하는 세포들의 변성이 일어나 다양한 표현형을 보이는 질환으로 대표적으로 망막색소변성, 스타가르트병, 레베르선천흑암시 등이 있다.1 질환 및 유전 변이에 따라 망막의 중심부 혹은 주변부만 침범하기도 하며, 일부에서 시작해 전체 망막을 침범하기도 하고, 처음부터 전체 망막을 침범하기도 하며, 일부 질환은 망막을 넘어 맥락막, 유리체까지도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1 질환에 따라 진단되는 시기도 다양하며, 태어나면서부터 저시력과 안진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고, 경미한 야맹증만 동반하여 70대 이후에 진단받는 경우도 있다.2
망막색소변성은 가장 흔한 유전망막변성으로 양안의 진행하는 망막변성을 특징으로 하며 망막의 광수용체가 손상되면서 이차적으로 망막색소상피세포의 변성이 일어나 망막내층으로 손상이 진행하여 광범위한 망막위축으로 이어지는 질환이다.2 스타가르트병은 망막색소상피에 라이포푸신(lipofuscin)이 축적되어 황반의 위축변화와 함께 주변 망막에 노랗고 경계가 불분명한 점들이 보이는 것을 특징으로 하며, 대부분 ABCA4의 유전자 변이로 나타난다.2 레베르선천흑암시는 출생 시 혹은 출생 직후부터 심한 시력소실을 보이는 것을 특징으로 하며, 정상기능을 갖는 막대세포와 원뿔세포가 존재하지 않고, 지금까지는 대략 40-50% 환자에서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었다.3
유전망막변성은 유전 양상이 매우 다양하여 진단과 분석이 어려웠으나, 최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방법(next generation sequencing) 방식 유전자분석기법이 도입되면서 새 시대가 열렸다. 특히 국내의 경우 일부 유전자 검사의 보험 급여화가 허가되며, 추후 보다 적극적인 유전자 검사와 유전 상담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1,4,5 더불어, 2017년 12월에 voretigene neparvovec-rzyl (LUXTURNA; Spark Therapeutics, Philadelphia, PA, USA)이 RPE65 연관 유전망막변성의 치료제로 미국식품의약품청(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허가를 받았고, 2021년 9월에 한국에서도 허가되어 그동안 가망이 없어 보이던 유전질환의 치료제 연구에도 박차가 가해지고 있다.6
새로운 치료제 활용 계획을 세우는 데 역학조사는 매우 중요하다. 현재까지 조사되었던 망막색소변성의 유병률은 11.09-26.43명/10만 명으로 매우 다양하며, 특히 지금까지 보고된 국내 유병률은 11.09-15.47명/10만 명으로 전세계적 추이에 비해 낮아, 최근 국내 실정을 반영한 새로운 역학조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7-9 기존 연구되었던 망막색소변성의 국내 발생률은 10만 명당 약 1.64명이나, 1980년대 미국에서 보고한 발생률은 10만 명당 6명이였고, 2000년대 덴마크에서 보고한 발생률은 10만 명당 0.79명으로 최근 실정을 반영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9-11
스타가르트병의 경우 국내에서의 유병률 및 발생률에 대한 보고는 아직 없으며, Tsang and Sharma12의 연구에 따르면 유병률이 1:8,000-10,000 정도이고, 발생률은 네덜란드에서 연간 1.67-1.95명/100만 명,13 영국에서 1.10-1.28명/100만명14 정도로 확인되고 있다. 레베르선천흑암시도 해외 보고에서는 2-3명/10만 명의 발생률을 보이나, 국내 보고는 아직까지 없다.15
한국에서는 유전망막변성을 산정특례코드 V209로 묶어 보험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V209는 망막색소변성뿐만이 아니라 스타가르트병, 레베르선천흑암시, 상세불명의 유전망막디스트로피까지 포함하는 코드이다. 이전 연구들은 망막색소변성에 한정하여 국내 발생률과 유병률을 조사한 연구이며, 국내 현황을 고려한 지역별, 소득별 조사는 행해진적이 없다.8,9 현재까지 보고된 유전망막병증에서 망막색소병증이 차지하는 비율은 29.8-38.4%이며, 스타가르트병은 8.3-24.0%, 기타 원뿔원추세포이상증은 8.5-15.1%, 레베르선천흑암시는 0.9-4.3%, 어셔 신드롬은 3.7-8.3%고 그 외는 5% 미만이다.16,17 이전까지의 역학조사 결과로 추정되는 유전망막변성에서 산정특례코드 V209의 비율은 57.5-71.8% 이상으로 유전망막변성을 대변하기에 망막색소병증의 단일 조사보다 적절하다고 볼 수 있겠다.16,17
본 연구는 국민건강보험조사 자료를 활용하여 믿을 수 있는 큰 규모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유전망막변성의 비교적 최근까지의 발생률의 경향성과 국내현황을 반영한 지역별, 소득별 특징을 파악하였다는 데 의의를 가지며 질환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대상과 방법
본 연구는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공개된 자료를 이용한 점을 고려하여 삼성서울병원 생명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에서 심사 면제 및 동의 면제 승인을 받았으며(IRB 승인 번호: 2022-04-073), 헬싱키선언을 준수하였다.
모든 대한민국 거주자는 국민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등록하여야 하며, 청구는 진단코드, 진료 내역, 처방 내역, 개인정보, 병원정보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대한민국 국민은 출생 시 개인별 특화된 등록코드를 부여받아 의료기록 및 보험청구가 중복되지 않는다. 2007년부터 대한민국은 유전 망막변성을 포함한 희귀난치성질환에 대해 산정특례코드를 부여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기준에 따라 의사의 확진을 받은 경우 최대 90%까지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하였다. 진단 기준에는 망막전위도검사, 시각전기생리검사, 임상진단 등이 포함된다. 모든 산정특례 신청은 건강보험공단의 검토를 거치게 되고 5년마다 재등록을 한다.
본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맞춤형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2002년 1월 1일부터 2020년 12월 31일까지 청구된 진료자료를 활용하였으며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자료를 이용하여 발생률을 계산하였다. 국가통계포털(Korean Statistical Information Service)에서 제공되는 연도별 주민등록인구를 각 분석별 표준인구로 정의하였다(https://kosis.kr). 연구기간 내에 안과를 방문하여 산정특례코드 V209가 포함된 청구자료를 가진 사람을 유전망막변성을 가진 질환자로 정의하였으며 청구자료의 최초 진단일자를 질환으로 처음 진단받은 날짜로 정의하였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질환발생률은 해당 기간동안 V209를 진단받은 환자 수를 해당 기간의 연앙인구로 나누어 발생률을 계산하였다. 유병자가 전체 인구 수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고 판단하여 유병자를 제외하지 않은 전체 인구 수를 활용하였으며 연령별, 성별 분석에 더하여 지역별, 소득 수준별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질환유병률은 2020년 기준 V209로 등록된 환자 수를 연앙인구로 나누어 유병률을 구하였으며, 마찬가지로 연령별, 성별, 지역별, 소득수준별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10세 단위로 환자들을 그룹화하여 10세 미만, 10-19세, 20-29세, 30-39세, 40-49세, 50-59세, 60-69세, 70-79세, 80세 이상으로 연령별 분석을 시행하였다. 시도별 조사를 기반으로 서울, 광역도시, 경기도,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로 나누어 지역별 분석을 실시하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주어진 자료의 소득수준 20분위를 25%씩 구분하여 의료급여, 1-25%, 25-50%, 50-75%, 75-100%로 나누어 소득수준별 분석을 시행하였다. SAS Enterprise Guide 8.3ver 통계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
결 과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유전망막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전체 10,228명으로 확인되었으며 남성과 여성의 비율은 47.8%:52.2%였다. 50대의 비율이 22.4%를 차지했으며 지역별 진단받은 환자 수는 서울이 2,102명, 광역도시 2,805명, 경기도 2,249명 순서였다. 상위 25% 소득층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더 높았다(Table 1). 2011년부터 2020년까지 V209 진단의 발생률 추이는 연간 1.60-2.35명/10만 명으로 비교적 일정하였다. 연령대별 발생률은 50-70대의 비중이 높아 진단 시기가 늦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Table 2). 지역별 발생률은 2010년대 초반에는 서울의 발생률이 제주도를 제외한 다른 시도보다 높았으나 2020년대로 가면서 강원도와 충청도 등 비수도권 지역의 발생률이 증가하여 지역별 발생률이 표준화되는 추이이다(Table 2, Fig. 1).
2020년 기준 국내 V209로 등록되어 있는 총 환자수는 13,894명이다. 2020년 1월 기준 대한민국 전체 인구수는 51,349,259명으로 V209의 유병률은 10만 명당 27.1명으로 계산되며, 이는 전체인구 3,600명당 1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50-69세가 42.5%를 차지하며 서울에 거주하는 환자가 20.5%, 광역도시에 거주하는 환자가 27.6%, 경기도에 거주하는 환자가 22.8%였다. 상위 25% 소득층의 비율이 32.4%로 가장 높았다(Table 3).
V209로 처음 진단받을 당시 환자의 거주지와 진단받은 병원의 위치가 일치하는 비율은 62.4%였으며 서울, 광역시 및 경기도를 제외한 지역에서의 일치율은 41.6%였다. V209 진단의 85.9%가 서울, 광역도시, 및 경기도에서 이루어졌으며,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도 그 지역의 병원이 아닌, 서울 및 수도권 병원에서 처음 진단을 받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Fig. 2).
고 찰
희귀질환은 유병인구가 2만 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의미한다. 유전망막질환 같은 희귀질환의 경우 유병률과 발생률 조사가 매우 어려워 신뢰도 있는 결과를 얻기 어렵다. 본 연구는 표본의 크기가 크고 비교적 치우치지 않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보험청구자료를 이용하여 유전망막질환(V209)의 발생률과 유병률 및 지역별, 소득별 의료접근에 대해 분석하였다. 망막색소변성에 대하여는 선행하는 연구들이 있으나 스타가르트병, 레베르선천흑암시 등 유전망막질환 다수를 포함하는 역학 연구는 이루어진 적이 없으며, 의료제공 및 관리를 계획하는 측면에서 환자들의 의료이용을 분석하기에는 전반적인 역학조사가 더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전까지 망막색소변성의 유병률과 발생률에 관하여 V209 코드와 H3551 코드를 함께 집계하여 계산한 보고들에서 국내 발생률은 10만 명당 1.64명이며 유병률은 10만 명당 11.09-15.47명으로 나타났었다.8,9 망막색소변성으로 한정하여 분석한 자료로, 본 연구와는 일대일 비교가 불가능하나, 해외의 망막색소변성 발생률과 유병률 보고에 비교해도 낮은 수치이다.10,11,18 이번 연구에서 V209코드로 계산한 유망막질환의 발생률은 10만 명당 1.6-2.35명이며, 유병률은 10만 명당 27.1명으로 과거 해외에서 보고된 망막색소변성 발생률인 10만 명당 6명과 10만 명당 26명의 유병률에 근접다.10,11,18 본 연구는 청구자료를 활용한 연구로, 의료 이용이 제한된 사람 혹은 진료를 꺼리는 사람의 경우 해당 건강 정보는 확인할 수 없어 본 연구 또한 실제 발생률과 유병률보다 저평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V209 청구자료도 유전망막질환을 모두 아우르기에는 범맥락막위축(V295)이 포함되지 않았으며, X유전자연관 망막층간분리증(V900), 베스트 병(V900)과 같은 극희귀질환(진단법에 있는 독립된 질환으로, 우리나라 유병인구가 200명 이하로 유병률이 극히 낮거나 별도의 질병분류코드가 없는 질환)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한계점이 있다. 하지만 극희귀질환인 만큼 전반적인 유전망막질환의 유병률과 발생률에는 미미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원뿔세포이상증(cone dystrophy), 비에띠 결정망막이상증(Bietti crystalline dystrophy), 잠복황반이상증(occult macular dystrophy) 등의 기타 희귀 유전망막변성들이 상세불명의 유전망막디스트로피(V209)에 포함된다는 강점도 있어, 최근의 결과를 반영한 점과 비교적 넓은 기간의 자료를 분석하여 자료의 누락이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본 연구의 수치가 더 신뢰성 있다고 하겠다.19
본 연구에서 성별 유전망막변성의 발생률은 비슷하였고 이것은 이전 결과와도 일치한다.9 연령대별 발생률은 60-69세 구간까지 서서히 증가하다가 이후 유지되거나 살짝 감소하는 양상으로 이전 덴마크 및 일본에서의 망막색소변성 역학조사 결과와 일치한다.11,20 다른 유전질환과 달리 비교적 늦은 나이에 진단된다는 점이 흥미로우며 유전망막질환의 잠행성 특성에 의한 것으로 대부분 우연한 기회에 진단된다는 사실이 이와 같은 결과를 도출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희귀질환을 출생 시 의무적으로 스크리닝 하기에는 사회적비용의 지출이 크며 초기 임상양상이 뚜렷하지 않다. 증상 시작 시점을 확진일로 정의하기에는 회고 편견(recall bias)이 있을 수 있고 전문가의 판단 결여로 신뢰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본 연구와 같이 큰 표본집단에서 전문가의 확진일을 기준으로 발생률을 계산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사료된다.
본 연구에서 확인한 지역별 발생률의 추이는 서울 및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던 발생률이 2020년대로 가까워지며 지역별 격차가 줄어드는 양상이었다. 이는 유전망막변성의 유전형이 지역별로 편중되어 있지 않다는 가정 하에, 10년 전보다 수도권으로의 접근성이 향상되며 지방거주자들도 적절한 진단과 치료의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거주지와 진단받은 병원의 위치가 일치하는 비율이 서울, 광역도시, 및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50% 미만으로 유전망막변성의 진단 대부분이 수도권 및 광역도시의 몇몇 전문병원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진단시 망막전위도 등 특정 검사 장비가 필요하다는 점이 진단을 어렵게 하는 제한점이 될 수 있으리라 보인다. 또한, 소득수준 상위 25%군의 발생률이 다른 군보다 높게 측정되었다.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검사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으며, 진단 및 치료를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것은 연구된 바 있어, 이러한 면이 소득 수준과 발생률에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21
결론적으로, 이번 조사를 통해 이전 국내 유전망막변성 역학연구들의 발병률 및 유병률 수치가 과소평가되어진 경향이 있으며, 지역별 및 소득별 유전망막변성의 진단률 격차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본 역학 연구는 유전망막변성과 관련된 추가적인 학술 연구뿐 아니라, 희귀질환 진단 및 유전 진단 관련 국가 사업, 정책 수립 등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