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막염(scleritis)은 통증과 부종을 동반하는 공막에 발생한 염증성 상태를 통칭한다. 비괴사성, 비감염성의 앞공막염(anterior scleritis)이 공막염의 가장 흔한 형태이지만, 감염성 공막염 역시 앞공막염의 약 5-10%를 차지한다[
1]. 감염성 괴사성 공막염(infectious necrotizing scleritis)은 시력을 위협할 수 있는 중증 외안부 질환으로서 대개는 외상이나 익상편절제술, 결막미백수술, 백내장수술, 사시수술 등의 안과 수술의 과거력이 있는 환자들에게서 발견된다[
2]. 그중 익상편절제술 후에는 수 년에서 수십 년 후에도 괴사성 공막염이 발생할 수 있고, 상당수 환자에서는 그 원인이 감염이다. 원인 병원체로 녹농균(
Pseudomonas aeruginosa), 포도상구균(
Staphylococcus), 연쇄상구균(
Streptococcus),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emophilus influenza), 세라티아 마르세센스(
Serratia marcescens) 등의 세균, 미코박테리아(
Mycobacterium), 노카르디아, 진균, 바이러스 등이 있으며, 그중 녹농균이 가장 흔한 원인 병원체로 알려져 있다[
3].
한편, 진균 공막염 역시 전체 감염성 공막염의 5-35%로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는데[
4], 이는 과거 대비 진단 기술의 발전과 광범위 항생제, 스테로이드 및 면역억제제의 사용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진균 공막염의 흔한 원인균으로는 효모균인 칸디다(
Candida), 사상균인 푸사륨(
Fusarium), 아스페르길루스(
Aspergillus) 등이 알려져 있다[
5]. 본 익상편절제술 후 발생한 공막염 증례에서,
Scedosporium apiospermum의 유성형(sexual form)이고 사상균에 감수성을 띄는 기존 항진균제들에 저항성을 가진다고 알려진[
6]
Pseudallescheria boydii가 동정되었고, 카스포펀진(caspofungin), 보리코나졸(voriconazole), 나타마이신(natamycin)의 3가지 항진균제를 장기간 적극적으로 점안하여 효과적으로 치료하였기에 이를 보고하고자 한다.
증례보고
73세 여자 환자가 2주 전에 시작된 좌안의 통증과 충혈을 주소로 타병원 방문, 공막염 진단하에 2주간 경구 프레드니솔론 30 mg 1회/일 복용, 0.5% 레보플록사신 안약 4회/일, 1% 프레드니솔론 아세테이트 안약 4회/일 점안하였으나 호전 없이 안구 천공 위험으로 수술적 치료를 권고 받아 본원으로 의뢰되었다. 환자는 과거력상 6년 전에 좌안 이측부 익상편절제술을 수술받은 이력이 있었다. 평상 시 과수원에서 일하면서 나무나 흙 등에 노출이 많았고, 특히 최근에는 분재 작업을 많이 했다고 하였다.
본원 초진 당시 나안시력은 우안 0.8, 좌안 0.4였으며 안압은 양안 모두 13 mmHg였다. 좌안 이측부 각결막 윤부에 인접한 공막에 3 × 6 mm의 타원형의 무혈관성 공막괴사 및 공막 얇아짐이 있었고 중심에는 칼슘반(calcified plaque)이 관찰되었다(
Fig. 1A-
C). 상측 및 하측부 구결막에서 심부혈관들이 확장되어 있었고(
Fig. 1D,
E) 이외에도 결막 전체에 걸친 충혈 소견을 보였다. 각막에는 상피결손이나 침윤 소견이 보이지 않았고(
Fig. 1F) 전방의 염증 소견은 없었으며 안저에서도 이상 소견은 없었다. 환자의 좌안 수술 과거력 및 수주에 걸쳐 느리게 진행되는 임상양상으로 미루어 좌안의 감염성 공막염, 특히 진균성 공막염 의심하에 칼슘반 인접한 부분에서 도말 및 배양검사를 시행하였다. 기존 사용하던 스테로이드 제제의 사용을 일체 중단하고, 1% 보리코나졸, 5% 나타마이신(Natacyn
®; Alcon, Fort Worth, TX, USA), 2.5% 반코마이신(vancomycin), 5% 세프타지딤(ceftazidime) 안약을 1시간마다 점안하였으며 경구 보리코나졸(Vfend; Pfizer, New York, NY, USA) 200 mg/일 및 목시플록사신(moxifloxacin) 400 mg/일 복용하였다.
적극적인 항진균제, 항균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공막궤양 및 괴사는 점점 진행되어 공막이 얇아져 천공 직전 상태까지 진행되었고(
Fig. 2A,
B) 환자의 통증은 악화되었다. 치료 10일째, 배양검사 결과로
Pseudallescheria boydii가 동정되었는데(
Fig. 3), 본 진균이 대부분의 azole 및 polyene 계열 항진균제에 저항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어[
6]
in vitro 연구에서 감수성을 보인 것으로 알려진 항진균제인 카스포펀진(caspofungin)을 0.5% 농도로 제조하여 1시간마다 점안하기 시작하였고 보리코나졸은 2%로 농도를 높여서 점안하였다. 광범위한 괴사 조직으로 인한 이차성 염증 완화와 심부 공막에 도달하는 항진균제의 농도를 높이기 위해 공막괴사 조직을 제거하였다. 치료 15일째, 괴사된 공막의 내측으로부터 괴사 공막이 흡수되면서 상피화가 시작되었고(
Fig. 2C,
D) 이후 괴사 공막 흡수 및 표면의 상피화가 점점 진행되면서 치료 4주째 칼슘반은 자연적으로 떨어져 나갔다(
Fig. 2E,
F). 이에 항진균제 투약을 지속하면서 조심스럽게 경구 프레드니솔론 10 mg/일 복용을 시작하였다.
이후 이측부 공막 궤양 부위는 지속적으로 호전되었으나(
Fig. 2G,
H), 병변부의 상이측 및 하이측 변연부에서 고름(pus) 배출 소견이 보였고 치료 6주째 좌안 안압이 5 mmHg 로 낮아지면서 맥락막박리가 발생하였다(
Fig. 2I,
J). 병변부의 세밀한 관찰(exploration)에도 미세천공은 보이지 않았고, 잔여 감염과 더불어 광범위하고 장기화된 포도막 염증으로 인해 방수 생성이 저하되며 안압이 낮아진 것으로 추정하였다. 접촉 맥락막(kissing choroid)과 안구 위축을 방지하기 위해 분산성 점탄물질(DisCoVisc
®; Alcon, Fort Worth, TX, USA)을 좌안 전방 내 주입하고 1% 아트로핀(atropine) 안약 2회/일로 점안 시작하였다. 추후 두 번에 걸쳐 공막궤양 상하측 변연부에 2% 보리코나졸을 결막하 주사하였고, 이후 지속 호전되면서 치료 시작 14주째, 좌안 나안시력 0.32, 안압 18 mmHg였고, 좌안 이측부 공막궤양은 고름 배출 없이 완전히 상피화되었으며 전반적인 결막 충혈은 감소하고 통증 소실되었다(
Fig. 4A-
E). 맥락막박리 역시 호전되었다(
Fig. 4F). 본 증례에서 비록 세균이 동정되지는 않았지만 세균과의 복합 감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2.5% 반코마이신, 5% 세프타지딤 안약을 초치료 이후 총 12주 동안 사용하였고 임상적 호전에 따라 서서히 줄여가면서 중단하였다.
고 찰
Pseudallescheria boydii는 사상형(filamentous) 진균으로서 주로 신체의 말단에서 장기적인 진균 감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7].
Pseudallescheria boydii는 직접 자가 복제되는 무성형(asexual form)인
Scedosporium apiospermum과 달리 2개의 생식세포(gamete)가 만나는 유성 생식(sexual reproduction)을 통해 새로운 진균을 만들어 내기 때문에 유전적 변이가 다양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 이 때문에
Pseudallescheria boydii은 다른 사상형 진균들에 효과적인 여러가지 항진균제들에 대해 저항성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 치료에 어려움이 따른다[
6].
Pseudallescheria boydii의 안감염은 드물게 보고되었는데 감염성 각막염이 드물게 보고되었으며, 각 증례들에서 나타마이신 단독 점안 또는 보리코나졸, 미코나졸(miconazole), 니스타틴(nystatin), 암포테리신 B (amphotericin B) 등을 치료에 이용하였다[
8,
9]. 공막염에서는 해외에서 감염성 뒤공막염(posterior scleritis)과[
10] 백내장수술 후 발생한
Scedosporium apiospermum/
Pseudallescheria boydii 앞공막염 보고가 있었으나[
11], 익상편수술 후 발생한 앞공막염에서 동정되었거나 성공적으로 치료된 증례는 현재까지 국내외 보고된 바 없었다.
과거 국내에서
Pseudallescheria boydii의 무성형인
Scedosporium apiospermum에 의한 각막염이 보고되었고 2% 보리코나졸 점안으로 성공적으로 치료된 바 있었다[
12]. 기존 보고와 본 증례 모두 2% 보리코나졸을 점안하여 성공적으로 치료한 공통점이 있으나, 본 증례는 유성형인
Pseudallescheria boydii의 감염이고 공막염 증례이며 카스포펀진과 함께 다제 치료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겠다.
감염성 안구 질환은 감염원을 제거하여 감염이 진행되지 않게 만드는 것과 감염으로 인해 염증이 진행되며 생기는 구조적 손상을 최소화하는 것 사이에 균형을 맞추어야 함에 어려움이 있다. 본 증례에서는
Pseudallescheria boydii균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 보리코나졸을 처음부터 사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초반에 병변의 급속한 악화 소견을 보였는데, 이는 진균 감염에서 스테로이드 투여 중 일시에 중단한 증례들에서 보고되었듯이[
13] 고용량 경구 스테로이드를 한 번에 중단하며 생긴 반동 염증으로 생각된다. 안구 표면에서의 진균 감염에서 스테로이드 투약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다. 일반적으로 진균 각막염에서 항진균제와 스테로이드 병용 요법은 오히려 질병을 악화시키고 회복 속도를 더디게 하기 때문에 세균 각막염에서의 제한적인 사용과는 달리 금기시되어 왔으며, 스테로이드의 점안은 오히려 외안부 진균 감염의 잘 알려진 위험 인자이다. 반면, 칸디다각막염 토끼 모델을 이용한 과거 한 연구에서 9일간의 항진균제 투여 이후 스테로이드 점안을 지연 병용하였을 시 각막의 염증과 신생혈관을 유의하게 완화시켰다는 보고 역시 있었다[
14]. 따라서, 진균 감염에서 스테로이드의 병용 투여는 환자의 임상양상에 따라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것이다. 다만, 진균 감염의 초치료 시점에서 만약 환자가 기존에 고용량의 스테로이드에 노출된 경우라면 반동 염증으로 인한 안구천공을[
13] 우려하여 스테로이드를 순차적으로 감량하여 중단하는 것(tapering)을 신중히 고려해볼 수 있겠다. 나아가 치료 시작 후 시점에서는, 임상적으로 진균 감염이 항진균제에 의해 조절되고 있다고 확실히 판단될 때 염증 조절 목적으로 매우 조심스럽게 스테로이드와 항진균제를 병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칼슘반을 동반한 진균 공막염에서 칼슘반 자체와 기저 공간이 진균의 병소(nidus)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무균적 제거가 중요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본 환자 역시 초기에 칼슘반의 제거를 고려하였으나 한편으로는 병변부 궤양이 매우 심했고 칼슘반의 면적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천공의 위험을 무릅쓰고 제거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첫 내원 당시 자가면역성 공막염 및 내인성 감염 공막염 가능성 배제를 위해 혈액검사를 시행하였으며, HLA-B51 및 perinuclear anti-neutrophil cytoplasmic antibodies (P-ANCA) 항체가 양성으로 검출되었다. 이에 대해 치료 방침 논의 위해 본원 류마티스 내과와 상의하였으며, 병변부에서 진균이 동정되었고 베체트병(Behcet disease)이나 다발혈관염(polyangiitis) 등을 의심할만한 다른 전신적 침범 소견이 보이지 않는 바 우선 감염 치료에 집중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ANCA의 경우, 급성 감염 상태에서 양성으로 발견되었다가 감염의 치료 후 음전되는 보고들이 있었으며[
15], 본 환자의 경우에도 감염 조절 후 재시행한 피검사에서 P-ANCA가 음전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P-ANCA는 급성 염증기에 일시적으로 양성으로 측정되었던 것으로 생각되며, 자가면역질환 마커의 양성이 확인되는 상황이라도 감염에 의한 염증이 강력하게 의심되는 상황에서는 감염의 조절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 치료적 방침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치료 후기에 발생한 맥락막박리는 추정하건데 광범위하고 장기적인 염증으로 인한 섬모체상피의 기능 중단(ciliary epithelial shutdown)과 잔여 감염이 혼재된 결과라고 생각하며, 결막하 보리코나졸 주입 등의 보다 적극적인 감염 치료와 안압상승 노력이 상태 호전에 복합적으로 유효하게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본 증례는 익상편절제술 후 발생한 Pseudallescheria boydii 앞공막염에 대한 국내외 최초의 증례보고이며, 다제성 항진균제를 꾸준하게 투약하여 성공적으로 치료된 증례이다. 진균성 공막염에서 초기부터 치료의 원칙을 가지고 병변의 진행을 면밀히 살피는 것이 필요하겠으며, 치료의 효과가 더디거나 악화 소견을 보일 경우에는 본 증례에서와 같이 원인에 대한 탐색 및 적극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여 치료에 적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겠다.
Figure 1.
Slit-lamp photographs of the case at the initial visit. (A-C) There was a vertically oval shaped scleral ulcer with calcified plaque at the center of the lesion at temporal interpalpebral area near the limbus in the left eye. (D, E) Conjunctival and episcleral vessels were engorged at superior (D) and inferior (E) bulbar conjunctival areas. (F) The cornea was clear and was free of infiltration.
Figure 2.
Time-serial slit-lamp photographs of the case after the start of the treatment and the images of choroidal detachment at 6 weeks. (A, F) At day 10 from the start of the anti-fungal treatment, the area and depth of the scleral melting aggravated. (B, G) At day 15, the nasal area became beginning epithelized with absorption of the necrotic scleral tissue. The arrows in G indicate the leading edge of the epithelized over the uvea. (C, H) At 4 weeks, the calcified plaque was spontaneously separated off. (D, E, I, J) At 6 weeks, the ulcer was nearly fully epithelized over (D, I). But the choroidal detachment occurred as shown in wide-field retinal imaging (asterisk in E) and ultrasonography (J).
Figure 3.
Macroscopic and microscopic features of Pseudallescheria boydii. (A) From the obverse side, colonies of Sabouraud’s dextrose agar are cottony white to grey initially, becoming light to dark gray with the production of conidia (annelloconidia). (B) From the reverse side, the color is pale with brownish black. (C) Lactophenyl-cotton blue stain showing branched hyphae with short, slender conidiophores, bearing ovoid single conidia (magnification, ×400). (D) Some isolates go on to produce a Graphium syn anamorph or (E) ascomata (cleistothecia and ascospores) of the Pseudallescheria boydii teleomorph (sexual stage) with extended incubation (magnification, ×400).
Figure 4.
Slit-lamp photographs of the case at 14 weeks after the treatment. (A-C) The scleral ulcer became fully epithelized, although the underlying wide scleromalacia remained. (D, E) The corneal clarity was maintained (D) and the conjunctival hyperemia was much improved compared to the initial visit (E). (F) The choroidal detachment at the nasal area disappe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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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graphy
이승현 / Seung Hyeun Lee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중앙대학교병원 안과학교실
Department of Ophthalmology, Chung-Ang University Hospital, Chung-Ang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