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밀로이드증은 비정상 단백질인 아밀로이드 원섬유(amyloid fibrils)가 세포 외부에 쌓이는 특발성 질환으로 정의되며, 체내 다양한 장기에서 발생할 수 있다[1]. 병리조직검사상 Congo-red 염색 및 편광현미경검사에서 녹색의 이색성과 복굴절 소견을 보이는 경우 아밀로이드증으로 진단할 수 있으며, hematoxylin과 eosin 염색에서 분홍빛 결절성 침착물이 관찰된다[2]. 아밀로이드증은 원발성인지 다른 질환에 의한 속발성 인지와 여러 장기를 침범하는지 특정 장기에만 침범하는지, 그리고 유전성을 갖는지에 따라 원발국소아밀로이드증, 원발전신아밀로이드증, 만성 질환에 의한 속발아밀로이드증, 다발골수종에 의한 속발아밀로이드증,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의 5가지 아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3]. 안와 및 주변 조직의 침범을 보이는 아형은 대부분 원발국소아밀로이드증이며[1] 주로 눈물샘, 눈꺼풀, 결막 등을 침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드물게는 각막, 유리체, 외안근에서 발생한 경우가 보고된 바 있다[4-7].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며 유전성을 보이는 아형으로 말초신경을 포함한 체내 여러 장기에 아밀로이드 원섬유가 쌓이는 것이 특징적이다[8,9]. 눈과 관련된 동반 증상으로는 결막의 이상 혈관, 눈물샘 침윤과 자율신경병증으로 인한 건성각결막염, 동공 부등 및 동공 반응 이상이 보고된 바 있다[10-13].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에 의한 속발개방각녹내장은 국외에서는 보고된 바 있으나[14-16],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보고된 바가 없다. 본 증례에서는 양안 모두 최대약물 치료에도 조절되지 않는 안압에 대해 섬유주절제술을 시행한 개방각녹내장 환자에서 양안의 유리체혼탁이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고, 이후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을 확진하여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
증례보고
62세 여자 환자가 최대약물 치료에도 조절되지 않는 좌안 고안압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내원 1개월 전부터 좌안에 통증이 시작되었고, 타 안과 진료 후 좌안 안압이 높다고 듣고 도르졸라미드, 티몰롤-브리모니딘 복합제, 비마토프로스트 점안제를 사용 중이라고 하였다. 고혈압 외에 다른 전신질환의 기왕력은 없었다. 내원 당시 안과검사에서 최대교정시력은 양안 모두 0.63이었으며, 안압은 우안이 12 mmHg, 좌안이 34 mmHg였다. 양안 모두 인공수정체안이었으며 후낭혼탁이 있었다. 양안 모두 비측에 익상편이 있었고, 이외 전안부에 특이 소견은 없었다. 시신경유두함몰비는 우안은 0.3, 좌안은 0.5였다. 중심각막두께는 우안이 542 μm, 좌안이 552 μm였고, 빛간섭단층촬영검사에서 망막신경섬유층의 평균 두께는 우안이 101 μm, 좌안이 88 μm로 측정되었다. 시야검사에서 좌안 주변부시야가 협착되어 있었다(Fig. 1). 좌안 안압이 지속적으로 높게 측정되어 섬유주절제술을 시행하였고, 수술 후 5개월째부터 여과포가 낮아지고 안압이 오르는 양상을 보여 5-fluorouracil (5-FU) 결막하 주사를 반복 시행하였다. 양안 안압은 지속적으로 안압하강제 사용 없이 20 mmHg 미만으로 유지되었고, 양안 후 낭혼탁이 진행하여 레이저 수정체후낭절개술을 시행하였다(Fig. 2). 좌안 섬유주절제술 후 13개월째 좌안 안압은 20 mmHg였으나, 우안은 안압이 50 mmHg으로 갑자기 상승하여 우안에 티몰롤-도르졸라미드 복합제, 브리모니딘, 라타노프로스트 점안을 시작하였다. 양안 전방각은 넓고, 색소침착이나 주변홍채앞유착 등의 이상 소견은 없었다. 약물 치료 후에도 우안 안압이 30 mmHg 이상으로 유지되고, 주변부 시야 협착이 진행되어 있어 섬유주절제술을 시행하였다(Fig. 3). 양안의 안저검사에서 다발성의 유리체혼탁이 관찰되기 시작하였고, 빛간섭단층촬영검사에서는 초진 시에 비해 실 모양의 다발후유리체혼탁이 증가된 양상을 보였다(Fig. 4). 환자가 하지부종 및 발저림 증상을 호소하였고, 전신질환의 동반 가능성을 고려하여 신경과에 전신검사를 의뢰하였다. 장딴지 신경을 채취하여 시행한 병리조직검사상 hematoxylin과 eosin 염색 및 Congo-red 염색에서 분홍빛 결절성 침착물이 관찰되었으며(Fig. 5), 편광현미경검사에서 이색성과 복굴절 소견을 확인하여 아밀로이드증을 진단할 수 있었다. 또한, 유전자검사를 시행하여 트란스타이레틴(Tranthyretin) 유전자에 대한 직접염기서열 분석 결과 c.166G>C (p.Ala56Pro) 변이가 이종접합(heterozygous)으로 발견되어 제1형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으로 확진되었다.
안과적으로는 우안도 섬유주절제술 후 3개월째부터 여과포가 낮아지고 안압이 상승하여 5-FU 결막하 주사를 반복적으로 시행하였다. 우안 섬유주절제술 후 2년 2개월째 양안안압은 티몰롤-브리모니딘 복합제를 사용하면서 14 mmHg으로 유지되고 있다. 양안 모두 섬유주절제술 부위를 포함한 전안부에 특별한 변화 소견은 없었으며, 유리체혼탁은 점차 심해지는 양상을 보였다(Fig. 6).
고 찰
아밀로이드증은 아밀로이드로 불리는 불용성의 원섬유들이 다양한 장기에 침착되고, 침착된 장기의 고유 기능을 방해하여 다양한 증상을 유발하게 되는 질환이다[1]. 이 원섬유들은 특정 단백질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발생하여 전구단백질이 정상적인 α-나선형(helical) 모양에서 β-병풍 구조(pleated sheet) 형태로 잘못 접혀진 결과이다. 아밀로이드증의 아형 중 하나인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은 말초신경을 포함한 여러 장기에 아밀로이드가 축적되는 이종접합의 유전질환으로[8,9], 임상적 특징 및 가계 또는 지리적 기원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 제1형은 하지에 발생하는 다발신경병증과 심한 자율신경병증을 특징으로 하며 포르투갈인, 일본인, 스웨덴인 및 유태인에서 보고되었다. 제2형은 상지에 발생하는 다발신경병증 및 경증 자율신경병증을 특징으로 하며, 스위스와 독일에서 보고되었다. 제3형은 신부전 및 뇌신경병증을 특징으로 하며 미국 아이오와 주에서 보고되었다. 제4형은 격자 각막이상증 2형(lattice corneal dystrophy type II)으로 발현되며 핀란드인, 아일랜드인, 미국인 및 일본인에서 보고되어 있다[17-20].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제1형과[19] 제2형은[20] 트란스타이레틴의 변이와 관련이 있고, 제3형과 제4형은 각각 아포지질단백질 A-I(apo A-I) [18]와 겔솔린(gelsolin)[17]의 변이와 관련이 있다.
본 증례의 환자는 트란스타이레틴 단백질이 침범된 제1형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으로 진단되었다. 이전에 프리알부민(prealbumin)으로도 불렸던 트란스타이레틴은 127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단백질은 티록신과 비타민 A를 운반하는 기능을 한다[10,21]. 제1형은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의 가장 흔한 유형으로 알려져있으며, 일반적으로 다발신경병증으로 인한 손발저림이나 부정맥, 기립성 저혈압, 위장 장애 및 발기 부전 등과 같은 자율신경기능장애가 첫 증상으로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눈과 관련해서는 드물게 유리체혼탁과 속발녹내장이 발생한 경우가 국외에서 보고된 바 있다[14-16]. 본 증례의 환자에서도 발저림 증상이 나타났는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바와 달리 개방각녹내장 및 유리체혼탁과 같은 안과적 증상이 신경학적 증상에 앞서서 발현된 점을 고려해볼 때 고안압 녹내장 및 유리체혼탁이 관찰되는 환자에서 신경학적증상이 없더라도 원인 질환으로 아밀로이드증의 가능성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간은 트란스타이레틴을 합성하는 주요 장기로 트란스타이레틴의 변이와 연관된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 환자에서 신경학적 합병증을 해결하기 위해 간이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22]. 하지만 간이식 이후에도 안과적 합병증은 지속되는데, 이는 망막색소상피, 모양체색소상피에서도 트란스타이레틴을 합성하기 때문이다[23,24]. 합성된 아밀로이드는 주로 유리체, 결막, 눈꺼풀, 섬유주, 눈물샘 등에 침착된다[5]. 이전 보고들에서는 아밀로이드가 직접 섬유주에 침착되어 방수의 배출을 저해하고, 결막과 상공막 조직에도 침착하여 상공막 정맥압을 높임으로써 안압을 상승시킬 것으로 예상하였다[16,25,26]. 본 증례의 환자는 양안 전방각이 넓게 개방되어 있고, 색소침착이나 주변홍채앞유착 등의 이상 소견이 동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양안의 안압이 시간차를 두고 갑작스럽게 상승하는 임상양상을 보였다. 최대 약물 치료를 시행하였으나 안압이 조절되지 않아 양안 섬유주절제술을 시행하였는데, 양안 모두 수술 후 비교적 이른 시기부터 여과포가 낮아지고 안압이 높아지는 경과를 보여 반복적인 5-FU 결막하 주사가 필요하였다. 아밀로이드증에 의한 속발녹내장에서 섬유주절제술이 효과적인 치료라고 보고된 바 있으나[25], 아밀로이드가 결막의 혈관벽상피하층에도 침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점을 고려해볼 때[12,16] 섬유주절제술 후 아밀로이드증이 여과포의 기능을 점차적으로 저하시켜 섬유주절제술 실패의 위험을 높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할 것으로 보인다.
증례의 환자에서는 녹내장 이외에도 양안 안저검사 및 빛간섭단층촬영검사에서 점차적으로 증가하는 실 모양의 다발성 유리체혼탁이 관찰되었다.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에 동반되는 결막의 이상혈관, 건성각결막염, 동공이상, 그리고 유리체혼탁 및 녹내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3]. 이전 연구들에서 유리체 아밀로이드증으로 인한 시력저하를 호소하는 환자들에 있어서 진단과 치료 목적으로 유리체절제술이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라고 보고되기도 하였으나[11,27], Doft et al [28]과 Irvine and Char [29]은 유리체절제술 이후 유리체혼탁의 재발을 보고하면서 그 원인으로 수술 후 남아 있는 아밀로이드가 다시 퍼졌을 가능성과 아밀로이드가 다시 생산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본 증례에서는 유리체혼탁의 정도가 시력저하를 유발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여 유리체절제술은 고려하지 않았으며 진행하는지를 지속적으로 경과 관찰하기로 하였다.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은 매우 드문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안과적 증상은 흔하지 않고 또한 이에 앞서 다발성의 감각신경병증 또는 운동신경병증이나 자율신경병증에 의한 신경과적 증상이 선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본 증례의 환자에서는 안과적 증상이 신경학적 증상에 앞서 발현되는 임상양상을 보였다. 처음에는 다른 전신 질환의 증거가 없어 원발개방각녹내장으로 잠정 진단하였으나 일반적인 원발개방각녹내장에서와는 달리 안압이 갑작스럽게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고, 점차 증가하는 양상의 유리체혼탁이 동반되었다. 따라서, 고안압의 개방각녹내장과 진행하는 유리체혼탁이 동반되는 환자에서 드물지만 아밀로이드증과 이로 인한 속발녹내장의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안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섬유주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안압 조절에 효과적이나 여과포의 기능이 조기에 저하될 위험성을 염두에 두고 경과 관찰을 자주 하는 것이 장기적인 안압 조절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